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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향신문] 별이 된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명 ‘개인식별’
작성자 관리자

경향신문




ㆍ‘담쟁이 넝쿨별’을 되새기며


별이 된 아이들은 어느 하늘에서 뛰어놀고 있을까. 1999년 6월 경기 화성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일어난 화재는 유치원생과 초등생 등 모두 23명이 희생된 대참사였다. 2000년 사고 1주기가 되는 날 화재 현장에 놓인 국화꽃은 남겨진 어른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서성일 기자


꽃망울들이 봄을 알리던 지난 19일 오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한 분은 1999년 6월 일어난 ‘씨랜드 화재사고’ 때 쌍둥이 두 딸을 잃은 고석이라는 분이었다. 씨랜드 화재 참사는 개인적으로도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시 1박2일 수련을 떠난 유치원 아이들이 대거 희생되면서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참사 처리과정에서 유족들과의 갈등도 있었고, 화재 발생 원인을 두고 유족 일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심하게 항의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고씨의 전화를 받는 내내 당시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떠올라 다시 목이 메었다.

씨랜드 화재사고는 1999년 6월30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에 있는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당시 수련원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온 500여명의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수련원은 기존의 콘크리트 단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를 얹어 3층의 가건물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교육을 위한 기숙시설로 사용하기엔 여러 면에서 턱없이 취약한 곳이었다. 화재는 수련원 3층 C동 301호에서 가장 먼저 발생해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더욱이 화재 신고는 화재 발생 이후 약 1시간이 지나서 이뤄졌고, 소방서는 현장으로부터 70여㎞ 떨어져 있어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진 다음에야 소방차들이 도착했다. 특히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소재 등으로 화재 진압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이 참사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참사가 일어난 당일 수사기관은 희생자들에 대한 신원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거센 불길에 손가락 부위 등 모든 것이 타버리는 바람에 신원 확인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국과수로 신원 확인을 위한 ‘개인식별’ 의뢰가 왔다. 마주한 희생자들은 전형적인 화재사 형태를 보였다. 전신이 고도로 탄화된 희생자들을 마주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었다.

‘인도주의적 책무’ 개인식별

지진·폭우·화재·붕괴 등 사고 땐

육안으로 사망자 신원 파악 어려워

전문가 협업 통해 시신 수습·인도


법의학에서 ‘개인식별’은 대부분 ‘대량 재해’로 인한 희생자들의 경우에 많이 적용된다. 법의학에서 대량재해는 지진과 쓰나미, 폭우, 홍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와 화재, 건물 붕괴, 교통사고, 비행기 추락, 공장 폭발 같은 인위적 재해로 발생한 사망자의 숫자가 해당 지역의 처리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법의학자인 버나드 나이트는 12명 이상이 동시에 사망하는 경우를 대량재해로 정의했으나, 국과수는 통상 20명 이상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경우를 대량재해로 규정한다.

대량재해로 사망한 희생자들은 일반 시신들과는 달리 육안으로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재, 폭발, 붕괴 등으로 시신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희생자가 누구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법의학적 및 법과학적 감정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바로 이 절차가 개인식별이다.

개인식별은 사망자의 죽음을 증명하고, 이 과정에서 시신을 복원 혹은 수습하여 유족에게 인도함으로써 인도주의적 책무를 다하는 고도의 전문 수습과정이다. 또한 법적 혹은 사회적 후속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과수 법의학과(현 중앙법의학센터)는 1989년 트리폴리 공항에서의 대한항공기 추락 사건부터 개인식별팀을 운영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는 기존의 감정기법에 유전자 감정기법을 적용해 더욱 체계적으로 개인식별을 실시했다. 2002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에서는 최초로 집단사망자관리단을 비상설 기구로 운영, 시신 수습 및 개인식별을 했는데 당시에는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소속의 법치의학자들이 합류해 범국가적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대량재해로 인한 희생자 신원 확인은 법의학·법치의학·인류학·법과학 분야의 모든 전문가뿐 아니라 지문 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찰의 과학수사요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실시한다. 일단 대량재해가 발생해 개인식별이 요구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과수는 탐색팀을 꾸려 현장을 조사한 후 각 사건 유형에 맞는 개인식별 과정을 계획한다. 예를 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이 희생자들이 학생뿐 아니라 성인들도 섞여 있는 경우는 지문확인팀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희생자가 지문이 확보되지 않은 학생 혹은 어린아이거나 화재, 폭발 등으로 시신이 고도로 훼손된 경우는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경찰 지문확인팀은 배제되고 전문감정인을 주축으로 신원 확인을 진행하게 된다.

개인식별의 성패는 희생자 가족들이 제공하는 생전 기록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정확히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탐색팀이 현장을 조사한 후 개인식별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면담팀을 꾸려 법의관을 중심으로 매뉴얼에 따라 희생자의 가족을 면담한다. 이 과정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절대 보안을 유지한다. 면담에서는 희생자의 신장과 몸무게, 안경·반지·귀고리 착용 여부, 휴대전화·지갑 등 소지품 정보, 속옷을 포함한 의복의 특징, 질병 유무, 기존의 골절 여부, 각종 의료기록과 치과 기록 등을 상세히 파악해 확보한다. 아울러 가계도를 작성하고 유전자 검사를 위한 대조 시료를 채취한다.

이렇게 확보된 생전 자료는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희생자로부터 얻게 될 사후 자료와 비교하여 신원 확인을 하게 된다. 한편 발굴팀은 재해 장소에서 철저히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시신을 수습해 감정팀에 인계한다. 감정팀은 과학수사요원들에게 지문을 채증하도록 한다. 이공학 전문가들은 수습 당시 입고 있는 의류 및 소지품을 검사하며, 법인류학자는 성별·키·피부 특징·머리카락 상태 등을 조사한다. 법의관은 흉터나 장기의 질병 상태, 수술이나 골절 치료 흔적 등을 조사하며 방사선 검사를 통해 생전 사진과 비교하거나 골절흔 등을 포함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다. 법치의학자는 치아 상태, 치아 치료흔을 통해 개인 식별을 위한 정보를 확인하는데 화재사나 부패한 시신에서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법의관과 법의조사관은 부패나 손상이 없는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며, 법유전자 감정인들은 가족들이 제공한 검체를 함께 검사해 최종 신원을 확인한다. 즉 모든 분야가 철저히 협업해 희생자의 특징을 규명해 나가며, 수석법의관은 전문가 소견을 종합해 최종판결을 내린다. 이후 유족에게 감정 결과를 설명한 후 시신을 인도하는 것으로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

유치원생 19명 등 23명 사망 참사

유가족 협조와 식별팀 노력으로

한 달 예상했던 개인식별 3일 만에


씨랜드 화재사고의 경우 당시 국과수 수뇌부는 신속하게 필자를 팀장으로 하는 개인식별팀을 꾸렸다. 그리고 사고 당일 사고대책수습본부가 차려진 서울강동교육청에서 생전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유족 면담을 실시했다. 유족 대표단을 접견해 개인식별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설명한 후, 생전 기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가로 유전자 감정을 위해 유족의 구강 도말검사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유족들의 적극적인 협조는 완벽한 생전 자료 확보로 이어졌다. 일단 희생된 23명 중 성인 여성 1명과 성인 남성 3명은 신원이 쉽게 확인됐다. 나머지 19명의 아이들은 남자가 9명, 여자가 10명이었다. 유족들은 아이들의 의복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동일한 모양의 속옷을 가져와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부모들이 수련회를 가는 아이들의 가방을 직접 꾸려주었고, 속옷의 경우는 유사한 것들을 여러 벌 한꺼번에 구매했기에 가능했다. 즉 피해자의 의복을 코스모스 꽃무늬 속옷, 미키마우스 민소매 티셔츠, CHUNWOO 제품 등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거나 똑같은 형태의 속옷을 제출한 것이다. 아이들과 달리 성인 희생자의 경우는 달랐다. 가족들은 희생자가 무엇을 입었는지, 속옷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 또 아이들의 경우 각종 진료기록과 치과 기록, 그리고 방사선 사진들이 빠짐없이 제공되었다. 실제로 치과진료 기록은 3명을 제외하고 모두 확보될 정도였다. 치과 기록의 검토 과정에서 희생자들은 각각 다른 치료를 받았음이 확인됐다. 이 기록들은 탄화된 시신의 신원 확인에 결정적 지표 역할을 했다. 머리 및 얼굴 방사선 사진이 제출된 일부 희생자는 희생자의 동일 부위를 촬영해 일일이 대조함으로써 신원을 확인했다.

당시 국과수 집행부는 시신 상태를 고려해 개인식별이 적어도 1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개인식별팀은 유족들이 적극 참여하고 구성원들 모두가 합심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려 3일 만에 사후 자료를 확보했고, 이어 개인식별까지 완료했다. 한편 이공학 분야에서는 화재 원인을 발표했는데, 301호 내부 화장실 측벽면 하단 부분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 화종에 의해 불이 발생해 퍼진 것으로 추정했다. 나중에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씨랜드 건물은 불법 컨테이너 가건물이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싸구려 가연성 소재로 내장 마감을 했다고 한다. 물론 소화기는 쓰지도 못했고, 화재경보기는 고장 나서 울리지 않았다. 인솔 교사들은 밖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잠을 자고 있던 어린이들은 불길을 피할 길이 없었다.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을 구하려고 불 속으로 들어가 함께 희생되기도 했다.

여전히 또렷한 희생자 이름

유족의 참담함이야 어찌 말할까

어른들 욕심과 부정이 부른 인재

제발 이런 사고 일어나지 않기를


모든 대형 사고들이 그러하듯이 당시 씨랜드 화재사고 역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려는 욕심, 정직하지 못한 근무태도 등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인재였다. 유가족들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적절한 트라우마 치료는 받았을까…. 감정을 담당했던 필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당시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가족들은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씨랜드 사고로 자식을 잃은 한 엄마는 국가대표 선수로 받았던 훈장을 사고 이후 정부에 반납하고 아예 해외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전화를 준 고석씨는 씨랜드 화재사고 이후 생업을 접고 안전운동가로 활동했다. 지금은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로 일하고 있다. 고석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필자는 나 자신도 모르게 전화 너머로 고나연, 고가연이라는 이름을 불렀다. 고 대표가 놀라는 듯했다. 씨랜드 사고로 희생된 고 대표의 두 딸이다. 사고가 난 지 20년…, 그렇지만 필자에게도 아직 잊혀지지 않는 희생자들이다. 필자도 이러할진대 유가족들의 상처는 어떠할까.

최근 광화문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 등이 철거됐다. 그 유가족들 가슴속에 남아 있는 슬픔이 어떠할까를 생각하면 필자는 지금도 가슴이 아파온다. 이제는 정말이지 이런 사건·사고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고대한다.


기사출처 :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930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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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여섯 살이지

그렇게 너를 보냈던

아무도 오지 않는 텅빈 놀이터

너의 모습은 담쟁이 넝쿨별

너는 가고 없지만

아직도 베갯잇 속엔

한움큼 모래처럼 곱게 쌓아둔

너의 향기는 담쟁이 넝쿨별

엄마 엄마 가슴을 도려내듯

그토록 나를 불렀던

해걸음 노을 저편 네가 있는 곳

너의 음성은 담쟁이 넝쿨별

꽃잎 고운 하늘의 길은 멀어

꿈 속을 찾아 준다면

모진 삶 어이어이 이어 보련만

나의 아가는 담쟁이 넝쿨별

담쟁이 넝쿨별

- 자전거 탄 풍경 ‘담쟁이 넝쿨별’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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