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천사들에게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09-06-26 15:53
조회
840
유난히도 고운 웃음이 말갛게 빛나던 순수한 아이들아.

누군가의 심술로 품속에 곱게 숨겨두었던 꽃몽오리 마저 피어내지 못하고 너희들이 떠나버린지 어느덧 십년이 되었구나.

혹시라도 누가 볼 새라 몰래 몰래 지켜내었던 너희의 꿈들은 다 어디로 흩어지고, 이제는 껍질도 남지 않았구나.

그나마 너희들을 추억하던 추모탑 아래의 그늘로 더운 여름바람을 피해 날아든 새가 혹시라도 너희들이 아니었을

까, 그런 안쓰러운 마음에 그 새에게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세상의 더러움도, 아픔도 모른 채 그 하얀 빛 그대로 잠들어버린 순수한 아이들이, 이제는 새파란 하늘 위의 천사들

이 되어 낮이 되면 구름뒤에, 밤이되면 별빛뒤에 숨어서 그 말간 눈으로 우리를 지켜볼 생각을 하면 어느덧 세상이

물먹은 듯 흐려지고 너희들 하나하나에 대한 쓰라린 감정이 심장을 움켜쥔단다.

이제는, 몇몇만 기억할 뿐인 잔상의 부스러기도 채 남지 않은 슬픈 어린영혼아!

화마가 너희들을 집어 삼킬때 우리는 너희들에게 무엇을 했는가.

항상 커다랗게 뒤에 서 있었음에도, 지켜준다고 약속을 했었음에도 너희들이 울부짖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어, 이렇게 뒤늦게나마 어린이 안전재단을 세워 너희와 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세상의 구석으로 내몰려지지

않게 힘쓰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단다.

혹시라도 너희와 같은 어그러진 영혼이 걱정이 되어 그리 밤마다 별빛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니? 혹시라도 너

희와 같은, 채 피지 못한 가련한 꽃몽오리가 짓밟힐까 걱정이 되어 그리 낮마다 구름 뒤에서 맴돌았니?

이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부디 저 높은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여름빛 새파랗게 번진 하늘아래 맴도는 미적지근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새가, 망설이는 듯 추모탑 아래의 작은 나

무의 그림자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이치는 그 모습이 마치 너희들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모양새 마냥 가슴이 시

렸다. 이제는 잘 있니, 채 인사도 건네기전에 결국엔 미적미적 떠나버린 너희의 영혼에 지금이라도 홀로 남아 조용

히 인사를 건네본다. 이제는 잘 있니. 그곳의 바람은 시원하니. 그곳은 아프지 않지?

그러나 여기 상처자욱마냥 남겨진 너희의 짓밟힌 꿈과, 너희의 채 피지못한 소망과, 너희의 너무나도 작고 가련한

잿더미위에 서서 다짐하는 부모의 가슴은 오늘도 한자락, 한자락 무너지고만 있구나.

너희들이 부디 이것을 알아주길. 그러니 너희들이, 부디 그곳에서만은 무엇도 알지 못한 채 떠난 그때의 영혼처럼,

순수함만이 오롯이 남아 작은 얼굴 가득히 웃어만 주길.

사랑한다,

떠나버린 새하얀 어린 영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