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전사고 "부모하기 나름"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06-04-06 17:37
조회
283
지난달 31일 경기 안산시 ‘강산해 어린이집’의 일곱 살 아이들 20여명이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이와 송아네 집’을 찾았다. 이 집은 현관에 위험하게 놓인 화분, 전기 코드를 마구 꼽아 놓은 문어발식 콘센트 등 안전 위험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다. 아이들은 왜 송이와 송아네 집에 갔을까? 송이와 송아네 집은 ‘어린이 안전교육관’ 내에 있는 가정 안전사고 예방 교육장이다. 이날 아이들은 이곳에서 집 안의 위험 요소가 뭔지를 살펴보고 사고 예방 교육을 받았다.

어른들에겐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이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베란다에서 장난을 치면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 안전교육관 김경미 강사의 질문에 아이들이 “난간에 끼일 수 있어요”, “떨어져요” 등의 대답을 쏟아 놓는다. 기태현군은 교육이 끝난 후 “집 침대에서 뛰면서 놀았는데,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며 말했다. 박혜인양은 전기 코드가 마구 꽂혀 있는 콘센트를 보면 “엄마한테 빼 달랠 거예요”라며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안전교육은 어린이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은 정작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당황해 대처하기가 쉽지 않고, 유치원 입학 전 아동들이라면 안전사고의 위험은 더 커진다.

◇어린이 안전교육관에서 어린이들이 집 안에서의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소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안전사고는 모두 4040건으로, 2004년 3345건보다 695건(20.8%)이 늘었다. 매년 증가세를 보여 2002년 1589건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어린이 안전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이 거리나 유치원, 놀이시설이 아니라 바로 가정(62%)이라는 점이다. 부모들의 작은 관심이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사고가 이처럼 많은 것은 호기심 때문. 김 강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아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만져보고 싶다’는 탐구심이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제 막 걷거나, 기고 잡고 일어서지만 균형을 잡기 힘든 아이들이 안전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소보원의 분석 결과 어린이 안전사고는 6세 이하가 전체의 71.5%를 차지했는데, 이 중에서도 1∼3세가 1585건(39.2%)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은 떨어지거나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치는 일이 많고, 그 외에도 벽에 부딪힌다든가 이물질을 입과 코 등으로 집어넣어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사고의 예방은 부모들의 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가장 많은 떨어지거나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침대나 의자, 소파 등 가구 위에 어린이를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또 베란다의 방충망을 고정하고 의자 등에 물건을 두지 않는다. 욕실 바닥은 물기나 비눗기를 없애고 미끄럼방지용 매트를 까는 것도 좋다.

부딪히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린이용 가구를 구입할 때 모서리에 모가 난 곳이 없는 것을 구입한다. 이미 구입한 가구라면 모서리에 테이프를 붙여 두거나 보호대를 덧씌우는 것이 좋다. 거실이나 방의 장난감이나 생활용품은 쓰고 나서 바로 치운다.

아이들이 물건을 삼켜 부모를 당황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세 미만의 아이라면 완구를 가지고 놀 때 지켜봐 주고 단추나 구슬 등 작은 물건은 아이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베이거나 찢어지는 사고를 방지하려면 유리제품의 사용을 피하고 칼이나 가위 등 날카로운 도구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출입문 경첩에 고무를 덧대놓으면 아이의 손가락이 끼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어린이는 모방성이 강한 만큼 선정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놀이기구 등은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구입한다.

예방법은 모두 간단하고 상식적이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과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석 대표는 “원래 어른 안전교육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아 차선책으로 자기방어를 할 수 있도록 어린이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며 “어린이 안전사고는 100% 어른의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안전교육 자료를 열람하고, 우리 집의 안전 위험 요소가 뭔지를 파악해 개선하는 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고가 일어났다면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보원 소비자안전센터 이진숙 차장은 “3세 이하 어린이들은 입 코 등에 물건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빠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빼려하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화상이나 외상도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 들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한다. 제품의 결함으로 아이가 상처를 입었다면 소보원 상담을 통해 치료비 등을 보상받을 수도 있다.

글·사진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2006.04.03 (월)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