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어린이 안전위해 성숙한 안전의식 필요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06-05-30 17:40
조회
330
▲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 석 대표


지난 6일 오전 경남 거제시 모 초등학교와 20여m 떨어진 곳에서 등교하던 이 초등학교 4학년 김 모(10세)양이 덤프트럭에 치여 현장에서 숨진 사건이 일어났는가 하면, 13일에는 진주 모 초등학교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등교지도를 하고 있던 배 모(49세ㆍ여)씨가 승합차에 부딪쳐 부상을 입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어린이 교통사고 다발지역인 초등학교 및 유치원 주변 지역에 어린이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1995년 어린이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였다.

1995년 어린이보호구역이 시행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4,559개 초등학교(전체초교의 약75%)가 지정∙관리를 받고 있으며, 유치원의 경우 전체의 약 20%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ㆍ하교할 수 있는 통학로를 확보해주지 못함으로써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제 구실을 다 하지 못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및 보호구역 내에서의 준수사항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5년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500명 중 76%가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보호구역 내에서의 준수 사항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 및 캠페인 등을 통하여 어른들의 보호구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발적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의 보행 중 안전성확보를 위해 과속방지턱, 가드레일, 표지판 등의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도로와 교통 및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지역에 획일적으로 설치함으로써 오히려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는 도로와 교통 및 지역특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여야 한다.

셋째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쉽게 알 수 없어 보호구역 내에서의 준수 사항을 알고 있을 지라도 그것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릴 수 있도록 노면표시를 하거나 대형표지판을 보호구역 진입로에 세워야 한다. 또한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 노란색, 흰색, 적색을 혼용해서 사용하거나 지글바를 설치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넷째는 법에 명기된 보호조항들이 현실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학로의 안전시설물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8m 미만의 좁은 스쿨존 이면도로를 대부분 양방통행으로 지정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ㆍ하교할 보행공간이 부족하다. 또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보행자 녹색신호는 어린이 보폭에 맞춰 1초당 0.8m보다 길게 주어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른들의 보폭에 맞춰 1초당 1m씩 주고 있다. 그러므로 법에 명기된 보호조항들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단속과 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하여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2004년부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전국의 유치원ㆍ초등학교에 대해서 대대적인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이 유치원ㆍ초등학교뿐만 아니라 특수학교와 보육시설까지 지정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2006년에는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 수요조사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고, 중장기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2008년부터는 제2단계사업을 추진할 것이라 밝힌바 있다.

또한 기업이나 민간단체들도 안전한 스쿨존 확보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마다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녹색어머니회원들의 노력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부나 민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주민들의 이기주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후 인근주민들은 주차문제, 진입금지, 일방통행, 속도제한 등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을 ‘내 자녀의 안전한 통학로’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로 이를 너그럽게 넘어가는 주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통학로 한가운데까지 물건을 진열해 놓아 어린이들을 위험한 차도로 내모는 상인들, 학교 횡단보도 앞에 설치한 과속방지턱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제거를 해버리는 어른들,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 길을 위해 보호구역 내에서 위법 운전자를 지도ㆍ계몽하는 녹색어머니회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운전자들이 있는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우리아이들의 안전은 먼 나라의 얘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성숙한 안전의식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간 시사미디어 [2006년 5월 29일] 글쓴이 : 김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