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우기 불안한 요즘… 모자·가방 이름새기면 유괴범 접근 쉬워 위험<국민일보>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08-03-27 17:48
조회
409
어린이 실종·유괴 사건이 잇따르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의 안전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날이 흉폭해지는 어린이 범죄로부터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이재숙(33·경기도 남양주)씨는 "연일 이어지는 유괴 관련 뉴스를 들으면서 불안해져 주말(22일)에 여섯살, 일곱살 형제를 한국어린이안전재단에서 안전교육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역할극 등을 통해 안전교육을 받은 큰아들 영수(가명)군은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지 말고, 누가 내 몸을 만지면 '싫다'고 얘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을 맡은 어린이안전교육관 우진혜 교사는 "어린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라는 의미를 어려워 할 수 있으므로 '우리집에서 잠을 안자는 사람'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상황을 연출해 교육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엄마 아빠가 낯선 사람역을 맡아 '사탕 사줄게' '차 태워줄게' '너, 참 예쁘구나'하며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어 보여준 뒤 이렇게 말하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선 안된다고 일러주라는 것.

흔히 유치원 아이들은 가방이나 모자에 이름을 새기는데, 유괴범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름을 부르면서 접근하면 아이들은 아는 사람으로 여겨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열쇠를 목걸이로 만들어 걸어 주는데 이것도 위험하다. 밖에서 헤어졌을 때를 대비해 만날 장소를 미리 약속해두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안전재단 김애림 교육팀장은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이며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모르는 사람은 물론 친척이라도 몸을 만지면 단호하게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도록 가르치라"고 당부했다. 소아 성폭행범의 경우 어린이가 의외의 반응을 보이면 멈칫하게 돼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고 예방이 제일 중요하지만 일단 상황이 일어난 뒤 대처요령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성폭행은 아이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부모가 대부분 모르고 지나쳐 문제를 키울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향신 활동가는 "특정인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든지 특정장소에 가려고 하지 않을 때, 성기 부분을 만지거나 아프다고 할 때, 자기 방에 틀어박히거나 옷을 두껍게 입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늘상 아이와 일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 아빠는 내 편'이라는 신뢰감을 갖게 해야 아이가 나쁜 일을 당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다"며 "사건이 일어났을 땐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비난해선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왜 그 아저씨를 따라 갔니' '싫다고 말하지 않고 뭐했어' 식으로 추궁하면 아이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돼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아이 잘못이 아님을 강조하고, 성폭행은 '교통사고나 넘어져 다친 것과 같이, 조심해야 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 줘야 한다.

아동문고 '어린이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36가지 방법'을 감수한 임옥근 신경정신과 전문의도 "부모가 '정말 큰일 났다'며 불안한 태도를 보이면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침착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심리 상태를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배·머리 등이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면 전문가에게서 검사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린이안전재단은 6∼7세 유아 및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유괴·성폭행에 대한 대처요령을 비롯해 교통, 화재, 가정 내 사고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월∼금요일에는 매일 세차례 단체 교육을 진행하고,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에는 개인 교육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www.isafeschool.com)에서 예약현황을 확인한 후 전화(02-406-5868)로 예약하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생활안전연합(02-3476-0119)도 유치원·학교 등으로 찾아가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