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카시트 의무화 정책에 손놓은 정부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14-03-26 10:44
조회
229
단속도, 홍보도, 무상보급사업도 제대로 안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 가장 위험한 게 아이들이다. 하지만 영유아용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는 부모는 10명 중 4명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카시트 사용에 대한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교통안전공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육아방송과 함께 ‘카시트는 아이의 생명입니다’ 어린이안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는 자동차에 탑승할 때 반드시 카시트를 의무 착용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햇수로 9년이 흘렀다. 하지만 정작 법을 제정한 정부는 카시트 착용률을 늘리기 위한 집중 단속이나 홍보, 보급사업 등과 관련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 ‘카시트 정책 의지는 있나’ ··· 단속 통계조차 파악 못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은 매년 10만 명을 웃돌며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지난 5년간 자동차 탑승 중에 일어난 유아 교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08년 3124건, 2009년 3146건, 2010년 3135건, 2011년 2886건, 2012년 3077건으로 자동차 탑승 중 유아 교통사고는 평균 3000건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유아는 성인보다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시 유아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6년 도로교통법 전면개정을 통해 유아의 경우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만 6세 미만의 유아를 자동차에 탑승시킬 때 유아보호용장구인 카시트를 장착하지 않으면 단속을 통해 3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게 하고 있다. 이는 카시트가 아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카시트는 교통사고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큰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가 3~6세 유아가 뒷좌석에 탑승할 때 카시트를 장착한 경우와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돌 시 상해치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카시트에 탑승한 경우는 앞으로 튕겨나가지 않아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았다. 카시트에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좌석 등받이에 머리가 부딪히는 충격으로 인해 카시트에 탑승한 것보다 머리 상해치는 10배, 가슴 상해치는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의 안전을 강조하며 카시트 의무 착용을 법제화한 정부는 정작 카시트 미착용에 대한 단속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박수현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 ‘최근 5년간 유아용 카시트 단속 현황’ 자료를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카시트 단속 현황 대신 ‘동승자 안전띠 미착용 과태료 부과 현황’을 제시했다. 유아용 카시트 미장착 여부는 동승자 안전띠 미착용으로 단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승자 안전띠 미착용 과태료 부과 현황’을 보면 2008년 583건, 2009년 739건, 2010년 417건, 2011년 326건, 2012년 615건이었다. 하지만 통계에는 동승자가 만 6세 미만의 유아인지 여부조차 구분하지 않아 카시트 단속이 이뤄졌는지, 카시트 착용률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단속은 규칙이나 법령, 명령 따위를 지키도록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켜야 하는 정책 등을 알리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음주단속이나 안전띠 단속, 신호위반 단속 등을 하는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생명을 지킨다는 카시트에 대한 단속을 따로 하지 않고, 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카시트 착용 의무화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부 측은 카시트 단속에 대한 필요성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범칙금 부과항목에는 ‘카시트’가 따로 없고, 카시트는 동승자 안전띠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카시트 단속 현황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카시트 단속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별도 카시트 항목이 있다면 단속하겠지만 법에 그렇게 (동승자 안전띠로) 돼 있는데, 동승자 안전띠와 카시트 단속을 꼭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싶다”고 말했다.



◇ 10명 중 3명, 카시트 의무 모르는데 ··· 홍보는 ‘뒷전’





2007년 정부가 제작한 카시트 홍보포스터. 현재 카시트 의무 착용을 알리는 홍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경찰청
2007년 정부가 제작한 카시트 착용 의무화를 알리는 홍보포스터. 이는 정부가 유일하게 제작한 홍보물이다. ⓒ경찰청




카시트 착용 의무화에 대한 홍보도 문제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카시트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인식개선 홍보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홍보활동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06년 카시트 장착을 의무화한 이후 2007년 카시트 착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위해 홍보포스터 2만 매를 제작해, 전국의 유치원, 어린이집, 소아과, 산부인과병원 등 공공장소에 부착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카시트 착용 의무화에 대한 홍보 활동은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전좌석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위해 진행하는 홍보활동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교통안전공단은 전좌석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위한 공익캠페인의 일환으로 TV나 영화관 등에 방영할 홍보영상 제작 계획을 잡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교통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런닝맨 출연진들이 ‘전좌석안전띠’ 문구의 벨트커버를 씌운 안전띠를 매고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전좌석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시사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속도로 요금소에 ‘안전띠 미착용 자동인식 시스템’을 설치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하는 화물차 등에 대한 차량 단속을 시행하는 것으로 점차적으로 단속 차량과 단속 요금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아이의 좌석안전띠와 같은 카시트의 중요성을 알리는 TV 매체 등을 통한 공익캠페인 등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카시트 의무 착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유아용품 전문업체가 2012년 임산부 658명을 대상으로 ‘유아용 카시트 인식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32.2%(212명)가 차량 내 유아용 카시트 사용 법적 의무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임산부 3명 중 1명이 카시트 착용 의무에 대해 모르는 셈이다.

결국 카시트에 대한 착용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카시트 착용률은 2004년 11.6%, 2007년 18.9%, 2010년 35.9%, 2011년 37.4%, 2012년 39.4% 수준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1월 25일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4곳에서 유아 탑승 승용차 433대에 대한 카시트 사용률을 조사했을 때도 43.6%에 불과했다. 카시트 착용률이 독일 96%, 영국·스웨덴 95%, 프랑스 91%, 캐나다 87%, 미국 74%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교통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런닝맨 출연진들이 ‘전좌석안전띠’ 문구의 벨트커버를 씌운 안전띠를 매고 이동하는 장면. ⓒSBS



◇ 카시트 무상보급사업까지 ‘삐거덕’ ··· “정부의 의지 필요”



정부가 카시트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카시트 무상보급사업마저도 최근 들어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통해 2005년 카시트 무상대여사업을 시작했다. 무상대여사업은 2005년 3500대, 2006년 7000대, 2007년 7700대, 2008년 7000대, 2009년 3000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후 2010년부터는 전국 3세 이하의 자녀가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의 가정에 무상으로 카시트를 지원해주는 무상보급사업으로 전환돼 시행되고 있다. 30~40만원에 달하는 카시트를 구입하지 못하는 가정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그 규모는 너무나 부족하다. 카시트 무상보급사업은 2010년 1500대, 2011년 1500대, 2012년 2000대로 보급수가 늘어나는 듯 했지만, 2013년 1000대로 절반이 줄었다. 올해도 사업 확대 없이 1000대만 보급될 예정이다.



이는 카시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선진국과는 대조된다. 미국은 WIC(Women, Infants and Children) 프로그램을 통해 아기나 어린이를 둔 저소득 가정 여성이 카시트 등의 용품을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미국의 건강보험은 임신한 여성이나 아기를 둔 여성에게 카시트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일부 소방서, 경찰서에서는 저소득 가정에 카시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산부인과에서는 카시트가 있어야만 아기를 퇴원시켜 주는데, 카시트 장만이 어려운 저소득 가정을 위해 무상으로 카시트를 지원해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카시트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무료로 대여해주는 등 한국보다 앞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국 카시트 정책이 정말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정책으로 시행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카시트 장착률이 높아지고 아이의 안전성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카시트 착용에 대한 집중 단속과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그리고 부모들이 카시트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무상보급사업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가영 기자(ky@ibabynews.com)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newscode=201403181109057720005558&categorycode=001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