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세월호 참사 "장례식 이후가 고통의 시작"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14-04-30 10:46
조회
312
장례식 이후 각자 가정생활로 유족 '고립감'…장기 지원 절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례식 이후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안정 지원책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례 이전에는 실종자 대책본부 등에 모여 있으면서 유가족들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위로받을 수 있지만 장례 이후 각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고통을 개별가족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로 딸을 잃은 A 씨는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장례식 이후 모든 게 마무리되면 부모가 더욱 힘들어 진다"며 "숨진 자녀의 방을 치워야 하는데 그 방을 정리하면서 울분이 터지고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막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 씨 역시 "나도 딸을 따라 가려고 했다가 종교의 힘으로 겨우 버텼다"며 "아내에게도, 동료에게도 말 못할 고통이다"고 전했다.
A 씨는 특히 "남자들은 직장을 나오면 되지만 집안에 있는 주부들은 더욱 고통스럽다"며 "사고 이후 우리는 딸이 쓰던 물건을 모두 치우고 딸의 방도 도배를 새로 하는 등 완전히 바꿨다"고 전했다.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당시 6살난 두 쌍둥이 딸을 한꺼번에 잃었던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석 대표 역시 "사고 수습 이후부터가 고통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지금은 실종자 가족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 상황이 좀 낫지만 장례 이후에는 고통의 시작"이라며 "사고가 외형적으로 수습되면 정부나 사고 책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 가족을 잃은 고통은 결국 그 가정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과 사고 수습 이후에도 생존자는 물론 희생자 가족 등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 뉴욕시는 부상자와 목격자를 10년에 걸쳐 관찰하고 있으며 '월드트레이드센터헬스프로그램' 등을 통해 PTSD, 우울증, 천식 등 9.11테러와 관련한 질병 치료를 장기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쓰나미 이후 후쿠시마와 이와테, 미야기 현에 모두 14곳의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매년 182억원 상당의 예산을 센터에 지원하고 있다. 센터에는 간호사와 상담사, 복지사들이 상주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심리치료에 인색했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전재영 씨는 "그 당시에는 심리치료라는 말조차 없었다"며 "당시 장례식이 끝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많이 방황했었다"고 전했다.

고석 대표 역시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았을 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없었다"며 "심리 치유 등은 보상에서도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안산시에 트라우마센터를 세워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번주 안으로 안산에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트라우마센터를 최소 3년 이상 유지할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더 오래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현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9.11테러 당시에도 7만 명이 PTSD 장애를 겪었는데 10년이 지나도 7천여 명이 여전히 장애를 겪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스스로 점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가차원의 의료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 안에서 10년 단위의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ttp://www.nocutnews.co.kr/news/4016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