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세월호는 이 사회가 저지른 ‘살인’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14-05-21 10:49
조회
191
그야말로 100년 전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개인의 욕심과 집단의 부패가 만들어낸 그 놀랍고도 끔찍한 살인사건을 바라보며, 매일매일 분노의 화를 뿜어내도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 분노와 슬픔의 기억을 망각의 강으로 보내기엔 그 상처가 너무도 깊다.
누군가 묻는다. 부모가 죽으면 고아라 부르고, 아내가 죽으면 홀아비라 하고 남편이 죽으면 과부라 부르는데, 자식이 죽으면 뭐라고 하지? 그 가슴 도려내는 아픔을 도저히 표현할 단어는 ‘없다’. 그 아픔 함께하며 단 하룻밤이라도 목 놓아 같이 울어줄 이 그 누가 있으랴.
지난 4월30일 안산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영정사진들을 바라보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순간에도 빈자리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영정사진들, 꿈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수많은 어린 영혼들 속에서 15년 전 화성 씨랜드화재참사의 고통이 되살아나 나를 울부짖게 했다.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지난 13년여를 쉼 없이 어린이 안전교육을 위해 뛰어왔건만, 불에 태우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물에 빠뜨리고. 다음은 어떤 재앙으로 희생을 예고하고 있는지 답답한 심정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승용차로 쉬지 않고 달려 5시간 만에 도착한 진도 팽목항. 사고현장을 가까이 볼 수 있을까 싶어 다가갔지만, 거기에서도 배로 1시간30분을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단다. 깊은 바다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어린 영혼들의 울부짖는 메아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했다. 참사 24일째,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한 채 영양주사로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눈물이 마를 줄 알았더니 그러질 않더군요”하는 말에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미 시신이 많이 훼손돼 알아보지도 못할 아이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우리 정부는 눈꼽만큼이라도 헤아리고 있는건 지 의문스럽다.
세월호 참사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만들어낸 살인사건이다. 거대한 부정부패의 비빔밥을 만들어낸 해경과 관련 민간업체, 선박업체, 종교단체까지. 이에 대한 비난과 책임 추궁도 필수이겠지만, 그보다는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예방책이 절실할 때이다.
또한 희생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제2, 제3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1911년 3월25일 ‘트라이앵글 셔트웨이스트’라는 대화재로 146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꿈 많은 10대와 20대의 어린 여공들로, 이 사건은 미국 내 안전의식 전향에 큰 계기가 됐고, 사고 후 2년 동안 총 64가지 법안이 만들어졌으며 그 가운데 60가지가 통과되기도 했다. 1세기가 지난 지금, 그 화재사건을 추모하고자 200여개의 참여단체를 통한 동맹단체가 조직돼 있으며, 미술과 음악, 영화 등 수많은 예술작품을 통해 승화되고 있다.
2014년 5월. 대한민국은 또다시 재발방지를 외치며 요란스럽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처에 자리한 안전불감증을 뿌리째 뽑아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고석 |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