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죽을 때까지 계속될 고통…왜 가족을 잃어야 했는지 알고싶다”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14-08-18 11:18
조회
503
[인터뷰]고석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
고석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 2014.5.27/뉴스1 © News1'화성 씨랜드 화재'(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 '춘천 산사태'(2011년),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2013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2014년),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2014년), '고양버스터미널 화재'(2014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우리 사회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족들이 있다.
발생 120일이 되도록 진상은 의문투성이고 10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렇게 ‘재난안전가족협의회’가 지난 12일 출범했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게 된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는 15년 전 씨랜드 화재 참사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쌍둥이 딸들을 잃고 인생이 바뀐 ‘아빠’다. 살아있다면 꽃다운 청춘이었을 아이들. 하지만 그뒤에도 수많은 목숨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민들레처럼 사라져갔다. 떠올리기 싫은 상처를 되새김질하면서도 검푸른 바닷물에 자식을 빼앗긴 부모들의 손을 부여잡게 된 이유다.
“수많은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데 사건 하나같이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빨리 사태를 마무리짓고 덮어버렸죠. 세월호 가족들만큼은 이런 아픔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모였습니다.”
세월호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모인 고 대표와 가족들이지만 더욱 착잡하기만 하다. 사고 발생 직후 진도를 찾은 뒤 두 번째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표류하고 있다. 고 대표는 “정치인들은 사고 초기엔 진상규명을 위해서 무엇이든 다하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말을 바꾸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제 정말 그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 대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참사는 아직도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이틀만에 모기향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내린 씨랜드 참사, 역시 사고 초기 현장의 중요한 증거물들을 쓰레기 처리해버린 대구지하철 참사, 피해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린 인천 호프집 화재, 이해할 수 없는 조사 결과 발표로 마무리된 해병대캠프 사고 등 모든 게 닮은꼴이다. 초기대응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근본적 책임을 지지않는 정부당국은 의혹을 남긴 채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조금씩이나마 진실이 드러난 건 유가족들의 고군분투 덕분이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만큼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는 교통사고다” “유족들 목적은 보상금이다” 라는 말들은 이들의 가슴을 더 후벼판다.
“아이들은 세월호를 믿고 탔던 것 아닙니까. 안전불감증이 문제가 아니라 출항해선 안되는 배가 바다에 나가도록 강행한 회사와 묵인한 정부당국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구조 때문입니다. 이를 교통사고 운운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죠. 아픔을 당해보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고 대표는 앞으로 이번에 미처 연락이 닿지못한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다른 참사의 가족들과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혈육과 생이별해야했던 참사에서 아직도 풀지 못한 의문을 함께 해결해볼 생각이다.
“누군가는 세월이 약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이 고통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내 가족이 정말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장우성 기자 nevermind@
고석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 2014.5.27/뉴스1 © News1'화성 씨랜드 화재'(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 '춘천 산사태'(2011년),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2013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2014년),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2014년), '고양버스터미널 화재'(2014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우리 사회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족들이 있다.
발생 120일이 되도록 진상은 의문투성이고 10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렇게 ‘재난안전가족협의회’가 지난 12일 출범했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게 된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는 15년 전 씨랜드 화재 참사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쌍둥이 딸들을 잃고 인생이 바뀐 ‘아빠’다. 살아있다면 꽃다운 청춘이었을 아이들. 하지만 그뒤에도 수많은 목숨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민들레처럼 사라져갔다. 떠올리기 싫은 상처를 되새김질하면서도 검푸른 바닷물에 자식을 빼앗긴 부모들의 손을 부여잡게 된 이유다.
“수많은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데 사건 하나같이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빨리 사태를 마무리짓고 덮어버렸죠. 세월호 가족들만큼은 이런 아픔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모였습니다.”
세월호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모인 고 대표와 가족들이지만 더욱 착잡하기만 하다. 사고 발생 직후 진도를 찾은 뒤 두 번째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표류하고 있다. 고 대표는 “정치인들은 사고 초기엔 진상규명을 위해서 무엇이든 다하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말을 바꾸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제 정말 그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 대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참사는 아직도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이틀만에 모기향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내린 씨랜드 참사, 역시 사고 초기 현장의 중요한 증거물들을 쓰레기 처리해버린 대구지하철 참사, 피해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린 인천 호프집 화재, 이해할 수 없는 조사 결과 발표로 마무리된 해병대캠프 사고 등 모든 게 닮은꼴이다. 초기대응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근본적 책임을 지지않는 정부당국은 의혹을 남긴 채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조금씩이나마 진실이 드러난 건 유가족들의 고군분투 덕분이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만큼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는 교통사고다” “유족들 목적은 보상금이다” 라는 말들은 이들의 가슴을 더 후벼판다.
“아이들은 세월호를 믿고 탔던 것 아닙니까. 안전불감증이 문제가 아니라 출항해선 안되는 배가 바다에 나가도록 강행한 회사와 묵인한 정부당국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구조 때문입니다. 이를 교통사고 운운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죠. 아픔을 당해보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고 대표는 앞으로 이번에 미처 연락이 닿지못한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다른 참사의 가족들과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혈육과 생이별해야했던 참사에서 아직도 풀지 못한 의문을 함께 해결해볼 생각이다.
“누군가는 세월이 약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이 고통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내 가족이 정말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장우성 기자 never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