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트라우마 겪는 아이들, 사회가 보듬자"

작성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작성일
2014-09-22 11:25
조회
304
"트라우마 겪는 아이들, 사회가 보듬자"
'어린이 트라우마 문제' 첫 공개 토론의 장으로
한국어린이안전재단-베이비뉴스, 컨퍼런스 개최

큰 사고나 재난, 재해, 폭력 등은 아이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을 말한다. 트라우마는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을 고통 속에 살게 하지만, 이 문제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 곪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생을 괴롭혀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아이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의 적극적인 치료와 지원,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어린이 트라우마 문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9일 한국어린이안전재단(대표 고석)과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어린이 트라우마 컨퍼런스’를 열고 어린이 트라우마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공론화시켰다.

트라우마는 폭력이나 사고로 인한 신체의 심각한 부상 혹은 쇼크, 큰 정신적 고통과 혼란을 일으키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한 쇼크 등을 말한다. 정신의학에서는 트라우마를 실제 죽거나 죽을 뻔한 경우, 실제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입을 뻔한 경우, 실제 성폭력을 당하거나 당할 뻔했을 경우로 정의한다. 말 그대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우 나타날 수 있다. 부모의 싸움이나 폭력도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의 트라우마는 성인의 트라우마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주제발제자로 나선 이선화 미 애리조나 교육청 학교심리학자는 “아동들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노출돼도 성인과 달리 스스로 도움을 구할 수 없다”며 “발달 과정에서 양육자와 환경으로부터 받는 장기적인 트라우마에도 노출될 수 있어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심리학자는 “장기적으로 트라우마에 노출된 아이들은 낮은 자아를 형성하고 부정적인 사고관을 형성하며 타인과의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느낀다. 어린 아이일수록 언어적 표현이 부족하니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재현 행동도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에 노출된 연령별 반응을 보면 5세 이하의 아이들은 손가락 빨기, 오줌싸기 등의 퇴행행동을 보이거나 수면장애를 나타낸다. 6~11세 이하의 아이들도 퇴행행동을 보이거나 갑자기 형제나 친구들과 싸우는 등 교우관계의 문제점이 생긴다. 청소년들은 우울, 불안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거나 부모와의 갈등, 반사회적 행동 등을 보인다.

아이들이 겪는 트라우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트라우마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느냐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지 아니면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하는지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심리학자는 “아이들은 트라우마 사건에 의한 피해자임에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 이때 부모의 반응을 살피면서 아예 입을 다물게 되는데, 이럴 경우 부모들은 아이들이 극복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동의 상태를 간과할 수 있다”며 “부모는 아동에게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이의 느낌이나 필요 등을 정확히 읽어내고 조율하는 대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힘은 어릴 때의 긍정적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제발제자인 김대호 한양대 교수는 “사람들은 똑같은 사건을 당해도 멀쩡하기도 하고 아주 크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는 아동기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동기에 가장 중요하게 확보돼야 하는 건 안전이다. 어릴 때 얼마만큼 안전감을 느끼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린 시절 긍정적인 경험이 있는 아이는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를 스스로 치료하지만, 긍정적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동기 부정적 사건은 여러 정신질환의 위험요소이자 신체 질병의 위험 요인이 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을 한 아이는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건강에 안 좋은 생활패턴을 갖게 돼, 질병이 발생하거나 조기에 사망할 확률도 높다. 즉 어린 시절 부모들과 함께 안전한 경험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김 교수는 “트라우마 치료에는 단계가 있다. 혈압 높은 사람한테 수술을 안 하는 것처럼 아이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안 된다. 괜찮다고, 너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자꾸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얘기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동혁 허그맘 대표원장도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고 집에 와 ‘엄마, 나 힘들어’라고 하면, 엄마는 ‘사내 녀석이 맞고 다녀? 가서 똑같이 때리고 와’라고 한다. 이때 아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공감 받지 못해 의존할 대상이 사라진다. 굳이 추가적으로 겪지 않아도 될 걸 또 겪는 것”이라며 “아동 트라우마 고통이 2차 피해로 발생했을 때의 그 막막함과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트라우마라는 현상이나 아동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이런 문제를 키우게 된다”며 “의학적 도움을 받고 심리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회당 치료비용이 8~10만원으로, 트라우마 특성상 장기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연간 치료비용이 1천만원이 넘어 개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누가 의도해서 겪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민간 전문가도 충분히 접근할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린이 트라우마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센터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재원 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는 사고 이후 3개월이 가장 중요한데, 어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각 지역별로 트라우마 센터의 거점병원을 만들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학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은 “어린이 트라우마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방치했을 때 큰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금회가 나서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양한 피해자들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케이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결국 트라우마 문제 해결을 위한 돈을 누가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선진국의 트라우마 지원은 공공기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법적 문제나 환경 조성을 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트라우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공동체적인 시민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규삼 베이비뉴스 대표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안전망이나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인프라보다도 더욱 중요한 건 시민의식의 전환이다. 트라우마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아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더 많이 알리는 데 앞장서는 언론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고 문제 가정이 있는 것이다. 사회와 성인들이 아이에게 문제 생기도록 만들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보듬고 가야 한다”며 “트라우마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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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ky@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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